동심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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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s of the youthful mind, CHOI Hye Young & HEO Bi Young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을 거쳐 성장한다. 유년기는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유년기에 어떤 자연환경에서 자라났는가는 그 사람이 평생 가지게 될 자연관을 형성한다. 유년기에 노출된 언어와 문화는 그 사람의 정서를 지배한다.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공간은, 그리고 그 공간을 만드는 행위로서의 건축은 물과 공기처럼 한 인간의 몸을 휘감고 그 속에 녹아든다.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공간에 의해 형성되고 공간에 지배당한다. 유년기에 만나게 되는 공간은, 따라서 매우 중요하다. 유년기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은 초등학교다. 그러나 한국의 초등학교는 획일적이다. 불편하고 답답하다. 우리가 학교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다양성과 재미가 없는 공간은 개개인이 발산하는 다채로운 색을 억누른다.


다행히 최근 초등학교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가진 생각을 존중하면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천일초등학교는 오래된 구령대 공간을 놀이 공간으로 바꾸고자 했다. 구령대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원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운동 시설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다. 실내 공간만큼 외부 공간도 획일적이고 낡았지만 많은 경우 실내 공간의 개선에만 집중한다. 다행히 천일초등학교는 내, 외부 공간 모두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설계가는 3회에 걸친 심층 학생 워크숍을 통해 어린이들이 상상하는 놀이 공간을 실제 사용자가 될 어린이들과 함께 그려나갔다. 획일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수용하는 과거의 방식과는 달리,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각자가 원하는 다양한 색을 공간에 녹여냈다. 때로는 설득과 충돌을, 때로는 양보와 수용을 통해 여러 사람의 의견과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쌓아 나갔다. 그 결과 아래쪽의 운동장과 학교 출입문 쪽의 구령대 윗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재미있는 놀이 공간이 탄생되었다. 아이들은 오르고 내리고 뛰고 매달리고 건너가는 등 다양하고 연속적이면서 동시에 불규칙적인 활동을 통해 공간을 늘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철제와 목재가 주는 물성의 대비 또한 학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새로운 질감을 보여준다. 화려한 놀이터와는 다른 절제된 색상은 기존 학교 건물에서 오는 번잡함을 상쇄시키며 평온함을 선사한다.


실 사용자인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버려진 공간이 다양한 놀이 활동이 가능한 창의적인 공간으로 재탄생 되었다는 점에서 이 공간이 학생들에게 주는 울림은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외부 공간은 실내 공간과는 다르게 빛과 날씨에 따라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감동의 정도가 달라진다. 하루에도 여러 번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 일 년에도 여러 번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경관은 이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의 감정과 더불어 이 공간만의 다채로운 색, 즉 이곳에서의 경험과 추억이 될 것이다.




위치

서울시 강동구 구천면로
대지면적

94.50 ㎡
건축면적

76.86 ㎡
연면적

76.86 ㎡
설계기간

2019.09 ~ 2019.10
공사기간

2020.05 ~ 2020.07 


최혜영 CHOI Hye Young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학사, 미 펜실베니아대학 조경학 석사를 마치고 뉴욕 EDAW/AECOM, West8에서 오랫동안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공인 등록 조경사이며 다수의 공모전 수상 및 전시 경력이 있다.


허비영 HEO Bi Young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 학사, 미 펜실베니아 대학 조경학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미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Senior Associates로 재직 중이다. 미국 공인 등록 조경사이며 전미조경가협회 정회원이다. 유럽 조경 비엔날레 전시, 뉴욕 한국 문화원 전시 등 다수의 전시 활동에 참여한 바 있다.